책꽂이를 술병으로 채웠던 마니아가 전통주 구독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미주경 김현서 대표 인터뷰
사회 초년생들에게 전통주는 익숙지 않다. 종류가 많아서 무엇이 내 입맛에 맞을지 알지 못할뿐더러, 양주나 외국 와인처럼 ‘힙’하지도 않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다른 주류 시장과 비교해 전통주 시장은 비교적 성장이 더디고 규모가 작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전통주 시장이 품질에 투입하는 비용에 비해 홍보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전통주를 젊은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성장이 더디다는 말은 그만큼 상승 여력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주경의 창업자 김현서 대표는 이런 전통주 시장에 발 빠르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통주가 외국의 술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으며, 오히려 익숙한 맛이라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이어주고, 결국엔 전통주의 위상이 양주보다 높아지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아르바이트비는 모두 술값이었다. 책꽂이에 책은 하나도 없고 술로 가득했다.”
김현서 대표는 대학생 시절 내내 칵테일 동아리에서 활동을 해왔을 정도로 ‘술 마니아’였다. 단순히 취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술을 즐기며 하나의 취미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술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고, 이런 술의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하 일문일답)
어떠한 계기로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친구 몇 명이 모여서 대학 연합 칵테일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그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여러 회사하고 협업을 같이 하게 됐어요. 그때 양조장 명인분들과 판매자들을 알게 되었고, 전통주 시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나라의 전통주 시장이 정말 깊고 많은 종류를 지금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이런 전통주를 다가가기 쉽게 알려준다면 전통주나 특산주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소비하게 되는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주경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에게 전통주는 생소하다. 전통주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전통주라고 하면 딱딱하고 도수가 높아서 마시기 힘든 그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전통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특산주도 있거든요. 이런 지역 특산주에는 이런 식으로 재밌는 친구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국내 포도주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켐벨이라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에요. 그런데 사실 외국에서 와인을 만들 때는 캠벨 포도로는 와인을 만들지 않아요. 그래서 외국 와인을 먹었을 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 와인을 먹어보면 평소에 먹던 포도 맛이 한 번에 확 느껴져요. 그 맛이라든가 특유의 향이라든가 풍미 같은 게 우리가 느껴왔던 포도 같은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주나 특산주라고 한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향이나 맛을 술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는 게 재밌는 점인 것 같아요
남들보다 일찍 창업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동안 어떤 굴곡이 있었나요?
좋았던 점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희가 처음에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서 전국의 양조장 사장님들을 찾아갔었습니다. 충북 영동이나 전라도 나주 등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직접 발로 많이 뛰었는데 그 양조장 사장님들이 모두 저에게 우호적으로 대해주셨습니다. 우리가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지역 전통주나 특산주가 잘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했을 때 사장님들의 반응이 좋으셨습니다. 이렇게 커넥션을 맺어가는 단계가 너무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힘들었던 점은, 예비 창업 패키지 사업에 선정되었지만, 만족할 만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세무나 회계적인 부분이라든가, 아니면 하다못해 내가 직원을 사용할 때 어떤 법률을 따라야 하는지, 사대보험이라든가 인건비 관련한 문제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하나도 도움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공계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다 공부를 해야 했어요. 법률적으로는 전통주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데 있어서 각종 규제나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에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길인데도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제가 술을 좋아해서 대학생 시절 모든 아르바이트비와 용돈은 다 술 사는 데 썼어요. 책꽂이에 책은 하나도 없고 다 술로 가득 차 있을 정도였죠. 그렇게 술을 모으다 보니까 전통주나 특산주를 알리는 일이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내가 직접 차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고 창업을 하게 되었죠. 아마 대부분의 청년 창업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달 배송되는 전통주는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제가 바텐더를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길게 했었어요. 3~4년 동안 바텐더를 하면서 주류를 전문적으로 하는 지인을 많이 사귀었어요. 그래서 그 지인들과 3개 정도의 주류 놓고, 그 지인들과 같이 시음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래서 연구 과정이라곤 하지만 놀이처럼 하고 있어요. 이 과정도 아주 즐겁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떤 술에 대해 장단점을 분석하고 그래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술을 선정하게 됩니다. 전통주와 특산주는 그 주류와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추천 사항이 있어요. 그렇게 페어링 되는 안주와 함께 최종 아이템을 선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최종 선정된 술은 큐레이션 콘텐츠와 함께 고객에게 배송됩니다.
미주경의 브랜딩이나 홍보 전략은 무엇인가요?
우선 미주경의 뜻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름다울 미(美), 술 주(酒), 경치 경(景)을 쓴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바쁘고 코로나 때문에 여행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적은데,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경치를 술을 통해서 그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겠다는 뜻이 있어요.
미주경의 캐릭터는 꼬미, 나루, 다미가 있어요. 각각 진돗개, 반달가슴곰, 그리고 줄무늬 다람쥐인데, 이 친구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친구들이잖아요. 이 친구들이 우리나라에 숨겨져 있는 지역 전통주 특산주 안주들을 다 갖고 와서 소개해준다,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마케팅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주 소비층으로 삼는 젊은 분들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특별한 감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가 시제품 사용하신 분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디자인적으로는 꽤 괜찮다는 평을 들었어요. 전통주 구독 서비스가 저희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미주경은 디자인적으로는 한참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쟁사들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서 디자인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시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떠한 가요?
전반적으로는 만족하시는 것 같았아요. 본인은 전통주나 특산주는 도수가 높은 고도주나 막걸리같이 싫어하는 탁주 종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와인 같은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알게 되어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는 후기가 있었어요. 또 안주가 적정히 같이 페어링 되어있어서 특별한 날을 즐기기 좋은 세트였다는 후기도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서비스는 언제 시작하시나요?
4월이나 5월에 와디즈 펀딩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후 9월 정도가 되어서 양조장 건립이 마무리될 것 같아요. 그러면 10월 정도부터 저희가 통신 판매에 대한 자격을 가지고 그때부터 정기 구독의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주경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성장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우리나라 주류 소비층에게 알려지지 못하는 전통주나 특산주를 알리는 중간 통로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 리스트에 전통주와 특산주를 같이 넣고, 시중에 판매되는 대기업의 일반 희석식 소주나 아니면 타 양주와 비교했을 때 밀리지 않는 정도의 위상을 갖추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