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초기 성장 이끄는 샌드박스, 꼼꼼한 제도 설계로 부작용 줄이고 지속가능성 제고해야
< 사진 : 제로투원미디어 기자단 1기 조민수 >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총 632건의 규제 샌드박스 과제가 승인되었다. 또 규제샌드박스로 인하여 시장에 창출된 가치는 약 1561억 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금융 샌드박스를 통해 시행 2년 만에 일자리를 1,200여 개를 창출하고 2,700억 원 규모의 투자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샌드박스 제도는 신산업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할 때 현행 규제에 발이 묶일 경우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해 실증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업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 규제 개선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에 빗대어 규제 걱정 없이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승인이 실효가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실증 기간을 거쳐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루어지기에는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한다.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정미나 정책실장은 “샌드박스는 사업성을 테스트하기에도 제한적”이며 후속조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매출과 운영 규모·지역을 제한하는 조건이 붙거나, 정부부처 간 이견으로 인한 승인 지연을 구체적인 문제로 꼽았다. 또 실증에 들어가 규제 개선을 검토할 때 사업성에 저해되는 부가조건이 붙는 문제도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교통 등 안전 관련 규제는 한 번 풀면 되돌리기 어려워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부처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제도의 안착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제도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계별로 개선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규제 개선을 위한 법인 만큼 안전성 검증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제도도 단순히 도입만 하면 만사형통으로 잘 풀리는 ‘마법 같은’ 제도는 없다. 모든 문제는 디테일에서 발생한다. 한국형 샌드박스는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잘 연착륙시켜 꽤 괜찮은 초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다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보다 면밀히 살피고 개선하여야 한다. 그로써 벤처업계의 성숙과 지속가능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